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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9 Vol.6

민화를 담은, 민화를 닮은 그릇. 여경란 작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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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한국도자기의 매력은 소박한 인간미라고 할까요?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기술적으로 완벽하지도 않지만 담백하잖아요. 제가 민화에 끌리는 이유도 같은 거 같아요. 아마추어들이 그린 거라 전문가의 느낌이 빠져있잖아요. 정겹고 편안한 느낌. 그래서 더 애정이 가요.”  


공방 ‘여기담기’ 여경란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는 ‘민화’다. 도서관에서 우연히 일본에서 발행한 우리나라 민화 책을 발견한 게 그 시작이었다. “책장을 넘기는데 담긴 민화들이 너무 재미있었어요. 민화에 쓰인 색깔도 재미있고 그 안에 담긴 속 뜻도 재미있었어요 .그런 속 뜻과 풋풋한 색감들을 이용해서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. 특히 문방화(文房畵)가 끌렸던 것 같아요.” 이를 계기로 대학원에서 민화를 이용한 도자조형 연구를 하면서 토호나 인형 등 조형물을 만들기 시작했다.  

 

그릇을 해야겠다고 느낀 건 8년 전. 그릇의 ‘쓰임’에 매력을 느껴 시작하게 됐다. “조형물은 생각한대로 만들면 되고 형태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만들어 가는 범위가 넓은데 그릇은 쓰임에 따라 정해진 사이즈나 형태들이 있다 보니까 한정된 쓰임 범위 내에서 재 색깔을 보여주는 게 힘들지만 재미있어요. 조형물에 있던 그림을 그릇에 옮기기도 하고 그릇에 담을 수 없는 것들을 또 조형물로 만들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 같아요.” 그렇게 민화는 그릇으로 옮겨갔다. 

 

민화를 작품에 접목시키다 보니 주안을 두는 것도 바로 색감이다. “가장 중요한 건 그래도 ‘조화’예요. 아무리 색이 예뻐도 조화를 이뤄야 되니까 그 생각을 제일 많이 하면서 그려요.” 기존 민화를 참고하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 여 작가의 일상 생활 속 소재가 또 하나의 민화가 됐다. “제가 그리는 그림도 어떻게 보면 민화잖아요. 제 생활이 편안하고 투박하게 민화로 또 도자기로 표현되는 게 좋은 거 같아요.” 민화를 담아서일까, 그녀의 작품은 편안하면서도 재치가 느껴지고 또 소박하면서도 세련됐다. 여 작가의 그릇은 어떻게 보면 민화를 닮아 있었다. 

 

이번 메종오브제 참여는 두 번째. “재작년에 참가했을 땐 한국 식(食) 문화에만 맞춰가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이번엔 지난번 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어요. 그리고 작은 소망이 있다면 내년에도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? (웃음)” 

 

여 작가의 또 다른 소망은 여성 작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작가 되는 것이다. “여자 작가 후배들이 닮고 싶어하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어요.” 여 작가는 여성대학교를 나왔다. 그래서 여자 작가 후배들에게 더 애착이 갔다고 한다. “도자기를 만드는 작업이 사실 노동 강도가 쎄거든요. 또 여자 작가들이 남자 작가들보다 도자기로 자리 잡기가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. 여대는 그릇을 하는 작가들도 많지 않아서 저도 혼자 깨닫고 배워야 하는 게 많았거든요. 그래서 여자 후배들에게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요.” 

 

“도자기가 매력적인 이유요? ‘불에서 나왔을 때’ 때문이에요. 단점일수도 장점일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림은 제가 칠하는 색을 바로 바로 컨트롤하면서 원하는 색을 낼 수 있다면 도자기는 불에서 나왔을 때 어떤 색으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상상하면서 작업하거든요. 의외의 색이 나오기도 하는 게 또 매력이에요. 그게 재미있는 거 같아요.” 

 

 

WORDS : 최예선

PHOTOS : 배수경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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